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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표지만 다른 우리 이야기] 열등감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2-2

앞선 2-1편에 이어 가 보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고 가는 것이 기억에 도움을 주겠죠?

혹시 Gen Z여성들이, 다른 세대, 특히 Gen X여성들에 비해, '나와 가장 친밀한 사람'이 남성인 경우보다 여성인 경우가 더 많았다.' 즉 남성인 인간을 성적대상화 할 기회 자체가 차단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극작가 Sarah Bernstein(이하 번스타인)의 탁월한 New York Time 기고에서 우리의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미 진행된 변화

번스타인은,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표현된 전형적인 성적 역할이 깨지고 있는 것이 분노를 불러왔다고 지적합니다.

  • 여성: 가난한 예쁜 여자가 문자 그대로 이름도 모르는* Prince를 만나 인생 역전
  • 남성: 외모도, 특징도, 성격도, 지향하는 삶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오로지 경제력/권력으로 여성을 쟁취
※ Charming은 Disney가 붙인 이름이며, 그림 형제 원작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참 간단한 이야기죠? 저의 부모님 세대, 뭐 50~60년대 생이라고 할게요. 사회는 이런 구도가 무리 없이(?) 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업의 종류들이 근력 중심 → 고학력 중심으로 빠르게 변경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외롭고 단절된 삶, 결과일지 원인일지 모를 귀여운 출산율 급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출산율 부럽....

 
고소득 보장 직업의 특징이 바뀌면 바뀐 것이지 이게 연애, 출산, Bisexual과 무슨 상관일까요?
그러려면, 남성들이 여성을 구원하고 '인생 역전'을 시켜 줄 만큼 outperform 하고 있는지 우선 살펴봐야겠죠.

학위 보유

현대 사회에서 예쁜 신데렐라를 고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학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공채 시 고졸/대졸/석사 이상 및 경력으로 등급을 나누고 등급 별로 처우를 달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은 학사 학위(Bachelor's degree)만이 아니라, 석사(Master), 박사(Doctor)까지 전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 지 벌써 40년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만 좀 버티다 2000년대 들어 따라 잡혔군요. 

급락하는 남성 학위 취득자

 
그 결과, 당연하게도 2019년부터 대졸 이상의 노동자 전체 중 여성의 숫자가 더 많아졌습니다 (Pew research)
반대로, 고졸 이하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은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대졸 이상의 여성 노동자, 고졸 이하의 남성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Pew Research, 2019년에서 2022년 labor force 변화

주택보유

익명의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잡았.. 아니 만났다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야죠. 집이 있어야겠군요.
어머나, 미국 독신 여성이 소유한 집은 10.7백만 채, 독신 남성이 소유한 집은 8.1백만 채에 불과하네요.
이곳이 나름 투자와 경제 블로그를 표방하는 곳이기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집도 주요 자산이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최근 정리한 2024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 자산의 평균 32%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차지했습니다. 100억 있으면 32억짜리 집에 산다는 얘기죠. 아울러, 내 소유 집이 없는 경우는 0% 였습니다.)
'22년 OECD 국가들의 최근 5년 주택가격 상승률 자료에서,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 비하면 귀엽지만 미국도 192% 정도 상승이 있었습니다. 즉, 남성들이 집보다 상승률이 뛰어난 자산에 별도로 투자를 안 했다면 했겠냐 집을 가진 또래 여성들에 비해 재산의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입니다.

OECD 국가 5년 주택가격 상승 (2022년 자료, Dallas Federal Reserve)

CBS new는 2011년에 집을 산 사람은 2021년에는 $225,000 정도의 부가 추가 되었다며, 독신자들 간의 financial gap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투자 능력

그럼 독신 남성이 주로 산 집, 독신 여성이 주로 산 집은 어떻게 다를까요?
아래는 독신 여성이 집을 독신 남성 대비 더 많이 산 곳을 순서대로 나타낸 것입니다. 

독신 여성들이 특히 남성보다 집을 많이 산 지역

10위 미시시피 같은 개깡촌 지역을 제외하면, Ivy league 대학들이 모여 있는 동부권 대도시 인근이 눈에 띕니다.
일일이 붙잡고 물어볼 수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높은 학위 보유율과 맞물려, 자산이 다니는 대도시 인근 학교, 직장 주변 집에 현명하게 투자한 느낌인데요. 반면,
우리 독신 남성들이 집중적으로 집을 산 곳은 어디일까요?

※ 위 그래프는 싱글 여성 vs. 싱글 남성 보유 주택수 차이 순위, 아래 그래프는 싱글 남성의 주택 구매 절댓값의 순위를 매긴 것입니다. 

미국 깡촌 지도

 
다코다, 웨스트버지니아, 몬타나, 와이오밍, 뉴멕시코.. 자동으로 엽총과 지프가 연상되는, 사람보다 물소가 훨씬 많은 어마어마한 깡촌에 주로 집을 샀습니다. 이 투자는 성공적이었을까요? 애초에 투자이긴 할까요? 제 눈에는 그냥 한국 시골에  2천만 원짜리 집을 그냥 산 것으로 보입니다. 아... 투자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어쨌든, 
대도시에서 대학교 나온 신데렐라의 '인생 역전'을 위한 거처로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신데렐라 집이 더 좋아요.
더구나, 기억나시나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글, [표지만 다른 우리 이야기] 열등감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1 
이글의 주인공들과 저 지도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신데렐라를 다 데려간 도시가 밉다!

사회는 변했는데  우리 생각은

St. Louis Federal Reserve(이하 세인트루이스 연은)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미국인들은(뭐 그냥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 사람들은 자신과 소득, 교육 및 기술 수준이 비슷한 사람을 결혼상대로 선호하고,
  •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이 놀란 점은, 데이팅 앱들이 Grindr 말고 딴 거 사회적 차이에도 불과하고 잠재적 파트너를 찾고 만나는 능력을 키웠을 것임에도 80년 전과 결혼 대상 선택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인데요.
저자인 연준 경제학자들은 기술에 진보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회는 변했는데 우리 머리는 그림 형제가 동화 쓰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거들을 살펴볼까요?

1 경제학자 Joanna Syrda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의 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의 40% 정도 '만' 기여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아내의 소득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순간 남성의 불안 정도가 증가했습니다.
2 수많은 feminist 운동과 위에서 언급한 여성의 사회/경제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24년 조사에서 Gen Z들은 아직도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24년 미 대선 즈음 인터뷰에서 Gen Z 남성들은 '자산이 가치 없어' 보이거나, '진짜 남자로 성장하기 어렵다'라고 합니다.
여자보다 덜 배우고 돈 못 벌면 진짜 남자가 아니다?

In interviews with young men planning to vote for Mr. Trump, they described feeling unvalued. They said it had become harder to be a man. They valued strength in a president. Yet they didn’t express bitter misogyny or praise the exaggerated displays of brawn embraced by the Trump campaign. Their concerns were mostly economic, like whether they could fulfill the traditionally masculine role of supporting a family.
“Men my age, from a very young age we were told, ‘You’re not supposed to do this, you’re not supposed to do that, you’re just supposed to sit here and be quiet,’” he said. It’s made being a man “a little bit harder than it used to be.”

4 Utah 대학교는 
성비가 기울어진 집단(군대, 간호사, 초등학교교사 등등)에서는 수가 더 적은 성별의 선호에 수가 더 많은 성별이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논문을 발표하여, 최근 SNS에 순종적인 전통적인 아내의 역할을 기꺼이 맡겠다는 여성들의 포스팅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자신 이상의 소득과 기술을 갖춘 남성의 수가 줄어들어,

마치 '초등학교 남자 교사와만 결혼이 가능한 초등학교 여자 교사' 혹은, '남자 간호사와만 결혼이 가능한 여자 간호사' 가 된듯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소수의 크게 성공한 소수 남성들을 성공한 여성들을 독식하는 최상위 포식자로 만듭니다. 

신데렐라와 왕자가 살아있는 사회의 결과

Richard Reeves의 책, "Of Boys and Men"은
또래 여성과의 경쟁에서 밀린 남성들의 불안과 존재적인 불확실을 묘사하며 소년들의 어려움과 관심사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사회는 Reeves의 의견을 따르고 있을까요? 있겠냐
이들을 껴안은 것은 극우 유튜버/팟캐스터들, 기업가들, 정치인들입니다. Joe Rogan, Elon Musk. Trump  
그들은 신데렐라 시절의 남성적 역할을 뒤집을 생각이 전혀 없고, 그들이 prince 역할을 하지 못하는 원인을 모두 여성의 탓으로 돌리며 뒤쳐진 Gen Z남성들의 지지를 얻습니다. 싫어할 만한 상대라서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혐오입니다.
헌데 이상합니다. 위 ★에서 여성들은 희소한 자원인 성공한 남성을 얻기 위해 자신을 순종적인 전통적 아내(Tradwives)로 어필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요.. 뒤쳐진 Gen Z 남성들도 희소한 자원인 여성을 차지하려는데 왜 혐오를 택했을까요?  

남성: 역사와 전통의 혐오 전략

우선, 내가 실력을 키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 더 편하죠 애초에 내가 노력하거나 개선할 의지가 있으면 뒤처지지 않았겠지 
둘째,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 David Buss의 유명한 책 <이웃집 살인마>에 명징한 해설이 나옵니다.

남성은 여성에게,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을 테니 자신과 함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주지 시키려 하는지 모른다. 강력한 배우자 감시 전략인 학대와 고립은 여성을 손상된 관계에 잡아매는 극악한 기능을 수행한다.”(〈이웃집 살인마〉 165쪽)

 
즉, 인간에게 지속적인 폄하와 모욕을 가하면, 자신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훌륭한 사람인지 평가하는 센서가 고장이 납니다.
학대범들은 주로 이 센서를 고장 나게 만들어, 여성을 스스로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여 떠지니 못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분명 파괴적이고 위험하지만, 어차피 여성의 이 센서가 고장 나지 않으면 나를 떠나갈 것이기에 이판사판으로 도전해 볼 도박이 됩니다.  
더욱 놀랍게도, 진화심리학은 특정한 나쁜 놈들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에 built-in 되어 있고, 특정한 상황에서 스위치가 켜진 것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여성: 회피 전략

뒤쳐진 남성들이 유전적 전략을 성실하게(?) 실행한 결과, The Cut은 Gen Z 여성들이 남성과 데이트 도중에 겪은 끔찍한 경험들을 묻는 특집 기사에 달린 코멘트들을 모아 요약본을 발간했습니다.  
아울러 Survey Center on American life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에 관심이 없는 젊은 여성의 수가 43%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러한 높은 Gen Z 내 B Share는 여성이 주도하고, Gen Z 여성 전체에서 31%가 LGBTQ+라고 밝혔고, 이들 대부분이 B이라고 밝힌'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가실 겁니다.
헌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Global Gender Divide

Financial Times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은 그리하여, 남녀 간의 ideology의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짐을 보고 합니다.

당연히도, '24년 미 대선에서 고졸이하 Gen Z 남성들은 67%의 몰표를 트럼프에 쏟아 주었습니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전술한 대로,  미국은 외롭고 단절된 삶,  출산율 급락과 함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파괴하고,
급기야 Donald Trump라는 King을 탄생시키며(이전 글 참고), 민주주의의 종말을 불러왔습니다.

무려 백악관에서 올린 Tweet

 
※ 트럼프가 취임 한 달 동안 벌인 헌법과 법률 위반 사례는 이곳을 참조

결론, 신데렐라 동화를 버려라

 이 글의 계기가 된, 번스타인 칼럼의 결론은 얘기하고 가야겠군요. 원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Letting go of the male breadwinner norm is not an instant fix for our culture, but we can’t move forward without that step. After all, breadwinner is not only a limiting identity; it’s also a relative one. If we don’t release men from the expectation, any plan to help them regain lost ground will have to also ensure that women never catch up.
This zero-sum paradigm has always been a feature of Trumpism, which is all about keeping resources with the right kind of people. But if we are willing to reject the manosphere’s narrow ideas of masculinity, we will find that it is possible for both men and women to thrive at the same time — in work and in love. This future is ours to create. Don’t let anyone tell you it’s a fairy tale.

 
세계적 트렌드를 한번 훑어본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도 한번 가봐야겠죠? 다음 편으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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